“파벌도, 빌런도 없는 커뮤니티 같아요”... 2025 신규 파준위 인터뷰
매년 열리는 파이썬 사용자들의 축제, 파이콘 한국(PyCon Korea)! 이 컨퍼런스는 단순히 기술을 공유하는 자리 이상의 의미를 갖습니다. 개발자를 넘어서는 다양한 직업과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환대와 협력의 커뮤니티를 직접 만들어간다는 점에서 더욱 특별합니다.
그 중심에서 행사를 준비하는 사람들이 모인 곳이 바로 파이콘 한국 준비위원회(이하 파준위)입니다. 신규 준비위원들은 매년 공개모집을 통해 충원되고, 급여나 활동비를 받지 않는 순수 자원봉사자들입니다. 이번 인터뷰에서는 파이콘 한국 2025를 함께 준비하고 있는 주환석님과 노관옥님, 두 파준위의 목소리를 통해 올해 파이콘이 어떻게 준비 중인지 들어보았습니다.
파준위 합류 계기: “이런 문화를 만들어 보고 싶었다”,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싶어서”
환석님과 관옥님은 모두 파이콘 한국 2024 행사에 자원봉사자로 참가했습니다. 두 분 모두 파이콘 한국 첫 참여였습니다. “정신이 하나도 없었어요”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튀어나올 정도로 바쁘고 숨 가쁜 현장이었지만, 한편 즐겁고 보람찬 감정이 피어올랐습니다. 자원봉사자로 시작했지만, 그 안에서 마주한 문화와 분위기는 그저 ‘좋아서’ 함께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이어졌고, 자연스럽게 파준위 지원으로 이어졌습니다. 아래는 두 분과의 일문일답입니다.
▲파준위 트레이드마크인 ‘뱀 모양’ 자세를 취하고 있는 파준위들.
강민: 우선 두 분 간단히 소개를 부탁 드립니다.
관옥: 백엔드 개발자로 일하고 있는 노관옥이라고 합니다. 작년에 파이콘 한국은 작년에 자원봉사자로 처음 참가했습니다. 반갑습니다!
환석: 저도 마찬가지로 백엔드 개발자로 일하고 있는 주환석입니다. 여행을 좋아합니다. 저도 파이콘 한국은 작년이 처음이었어요. 반갑습니다!
강민: 두 분은 파준위에 왜 들어 오셨나요? 자원봉사자로 참가하면서 그 ‘정신 없는’ 행사를 경험하셨는데도, 파준위에 지원을 하신 동기가 몹시 궁금합니다.
관옥: 우선 첫 인상에서 Everybody pays1 문화라든가 그런 걸 보면서 좋은 느낌을 받았습니다. 저도 이런 건강한 문화를 만드는 데 일조하고, 파이썬 생태계에 좀 더 기여를 해 보고 싶다는 생각으로 지원을 했던 것 같습니다.
강민: 기존 파준위들이 굉장히 좋아할 것 같은 대답이네요. 환석님은요?
환석: 작년에 와보니까 파이콘 한국은 다른 컨퍼런스와 달랐던 게 다양한 사람들이 참여하는 행사더라고요. 디자이너, 회사원, 공무원까지 모여있는 걸 보고 신기했거든요. 저는 아무래도 회사에서 만나는 사람들이 다들 개발자인데, 개발자가 아닌 좀 다양한 종류의 사람들을 만나고 싶어서 파준위를 신청하게 됐습니다.
보다 접근성 높은 행사를 위한 a11y팀의 노력
파준위는 여러 팀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운영팀, 후원사팀, 세션-키노트팀 등을 비롯해 무려 9개 팀이 운영 중인데요. 오늘 사회를 맡은 강민님과 신규 파준위 환석님은 홍보팀, 관옥님은 a11y2팀입니다.
강민: 관옥님은 a11y팀에서 활동 중이신데, a11y팀에 대해 간단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관옥: 우리 팀은 행사 운영 전반에서 ‘접근성’을 높이고, 참가자들이 ‘환대’받는 분위기를 실현하기 위해 고민하는 팀입니다.
강민: 지원하신 이유가 있으신가요?
관옥: 처음에는 홈페이지 개발 팀에 지원하려고 했는데요. 홈페이지 팀에 지원이 몰리는 걸 보고 a11y팀으로 넘어갔어요. 음… 그런데 개인적으로 a11y팀에서 고민하고 있는 것들이 홈페이지 팀에서 하는 것보다 좀 더 값지고 스스로도 더 재밌다고 느끼고 있어요.
강민: a11y팀에서 어떤 논의들을 하고 있는지 혹시 소개를 좀 해 주실 수도 있나요?
관옥: 우선 저희 a11y팀원 3명이 함께 파이콘 한국 CoC3를 다들 한번 읽어보고, 고칠 부분이 없는지 검토해 봤습니다. 또 다른 컨퍼런스나 회사들의 CoC를 읽고, 참고해서 고칠 부분을 찾아보기도 했습니다. 지금 하고 있는 작업은 행사 중 CoC 작업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방법들을 찾고 있어요.
강민: CoC에 대해 개인적으로는 조금 어렵다는 인상도 있었어요. 작년 행사에서 CoC 신고가 0건이기는 했는데, 정말 아무 일도 없었을까 싶은 걱정도 조금 있었고요. a11y팀도 고민이 많으실 것 같습니다.
관옥: 작년 행사에서 구글폼으로 CoC 신고를 받았는데, 결과적으로 접근성이 많이 높지 않았던 것 같아요. 올해는 더 쉽게 신고가 가능하도록 접근성을 높일 방법을 찾고 있어요.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을 만든다거나, CoC 규정집을 명찰에 넣어준다거나… 여러 가지 방법을 고민 중입니다!
홍보팀 에이스가 된 한때 진지한 미술 지망생
강민: 환석님은 저와 함께 홍보팀에서 컨텐츠를 세 번 올리셨죠? 그때마다 SNS이미지를 직접 만드셨는데 디자인 경험이 있으셨나요?
환석: 어릴 때 그림을 그리는 게 좋아서 화가가 되고 싶어했습니다. 마음대로 그림을 그려나가는 게 좋았어요. 그런데 수채화에 들어서면서 나무나 하늘을 정해진 색으로 그려야 하는 게 실망스러웠고 그림에 대한 홍미를 잃었죠.
강민: 어쨌든 타고난 미술 감각이 있으셨던 것 같네요. 홍보팀에 지원하셨던 이유는 무엇인가요?
환석: 홍보팀은 제가 잘 할 수 있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희 파준위는 SNS 채널을 거의 행사기간에만 운영하는데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파이콘 홍보와 파이썬과 관련된 다양한 소식을 전달할 수 있게 운영하고 개선해나가고 싶어 지원하게 됐습니다.
강민: 네. 제가 생각하는 홍보팀 역할과 같아서 기쁩니다. 개발자인데 글 쓰고 채널을 관리하는 데도 관심이 많으신 거죠?
환석: 글쓰기에도 흥미가 많아서 블로그를 꾸준히 쓰고있습니다. 그리고 여행가는 것도 좋아해서, 특정 플랫폼에서 베스트 리뷰어 파티에도 초청 받아 본적이 있습니다!
강민: 한 해 동안 홍보팀에서 좋은 컨텐츠를 만들어 주실 것 같은 기대가 듭니다!
파준위 첫 인상… ‘빌런’도 ‘파벌’도 없는 곳 같아요
어떤 조직이든 ‘신규 구성원’은 중요할 수밖에 없습니다. 단순히 새로운 인력이 추가된다는 의미를 넘어서, 그들은 내부의 익숙한 풍경을 ‘바깥의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는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오래된 구성원들이 무심코 지나쳤던 문제점이나 당연하게 여겼던 문화도, 처음 접하는 사람에게는 낯설거나 불편하게 다가올 수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파준위에 새롭게 합류한 사람들의 인상과 관찰은 매우 소중한 자산입니다. 그렇다면 환석님과 관옥님이 본 ‘파준위’는 어떤 모습이었을까요?
▲ ‘일하는 파준위들’. 4월 12일 첫 파준위 전체 정기회의 오프라인 참가자들
강민: 이제 두 달 정도 시간이 지난 것 같은데, 두 분이 본 파준위는 어떤 조직인가요?
관옥: 커뮤니티나 아니면 어떤 모임에 가다 보면은 뭔가 ‘빌런’ 같은 분들이 간혹 있는데, 여기에는 ‘빌런이 없겠다’라는 느낌이거든요. 뭔가 다들 행동강령을 지키려고 노력하시고, 또 좋은 뜻으로 모인 사람들이기 때문에… 사실 다들 만난지 그렇게 오래되지 않았음에도 뭔가 편한 분위기를 만들어 주시는 것 같고요. 저도 뭔가 그렇게 만들어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두 달째지만요
환석: 개인적으로 경험한 커뮤니티는 파벌도 종종 있고, 어쩔수 없이 고인물 위주로 흘러가는 경향이 있는듯 합니다. 하지만 파준위는 그런 게 없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졸업 제도’4와 매년 새로운 구성원을 구성하는 모습에서 ‘아 여기는 고인물도 고인물이 아니구나’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강민: 개인적인 생각에는 파벌이 있으려면 이권이 있어야 하는데, 사실 파준위는 이권이 없습니다. 활동비를 받는 것도 없고요. 파준위 타이틀이 이력이 되는 것도 지양하는 분위기고요. 그래서 활동에서 즐거움을 찾을 수 있어야 하는 것 같습니다. 두 분은 파준위로 활동하시면서 기대하는 바가 있으신가요?
관옥: 개발자로서의 활동말고 다른 경험을 해보고 싶습니다. 사실 행사를 만들어갈 수 있는 기회가 제가 볼 때는 거의 없을 거 같거든요. 이것도 되게 좋은 경험이라고 생각합니다.
환석: AWS 소모임이 다양하고 잘 운영되고 있는데, 그런 생태계가 너무 좋았습니다. 파이썬도 충분히 다양한 직군, 지역, 주제로 소모임이 만들어 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파이썬 사용자들이 자주 모일수 있는 파이썬 소모임들이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즐거워서 하는 일이라는 걸 기억해 주세요”
강민: 두분 다 파이썬을 사랑하는 마음이 느껴집니다.
환석: 정말 좋아하죠. 관옥님도 파준위에 합류하고 나서 파이썬에 더 애정이 생기지는 않으시던가요?
관옥: 원래 알고리즘 원툴이었는데, 이제는 파이썬으로 모든 걸 하고 있습니다. 제가 원래는 GoLang을 되게 좋아했거든요. 그런데 그건 일을 하면서, 업을 하면서 파이썬을 써보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실제로 제가 일을 하면서 생산성을 높이는 데는 파이썬만한 게 없더라고요. 파이썬의 특성상 빠른 개발이 가능하고, 강타입 언어는 아니지만… 타이핑을 쓸 수 있기도 하고요. 그래서 뭔가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은 그런 언어라고 생각해서 그 매력에 또 빠진 거 같아요.
강민: 저는 언론사에서 데이터 저널리스트로 일하고 있고, 데이터를 분석할 때 파이썬을 많이 사용하는데요. 정부나 기업이 내놓는 보도자료를 보고 기사를 쓰는 것보다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해서 기삿거리를 찾는 일을 하는데, 저희 업계에서 편하게 쓸 수 있는 쉬운 언어인 것 같아서 좋아합니다.
환석: 다른 언어는 개발자가 쓰는 언어라는 느낌인데, 파이썬은 다양한 사람들이 하고 싶은것을 도와주는 도구 같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앞으로 더 많은 사람이 다양한 분야에서 사용할 것 같아서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는 언어입니다.
강민: 시간이 꽤 많이 흘렀어요. 마지막 한 마디 부탁드릴게요.
관옥: 올해 파이콘 대박나면 좋겠습니다!
환석: 저는 오시는 분들이 파준위가 자원봉사라는 걸 기억해주셨으면 좋을 것 같아요. 저희가 대가를 받지 않고, 재밌고 좋아서 하는 일이기 때문에 회사에서 하는 컨퍼런스와는 다르게 부족함도 있을텐데, 커뮤니티를 만들어간다는 점을 생각해 주시고. 내년에 파준위에 지원해 주시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