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파이썬 커뮤니티의 축제인 파이콘 한국이 새로운 슬로건과 함께 돌아옵니다. 특히 올해는 오랜만에 부활한 ‘의장’ 제도를 통해 행사의 새로운 방향과 깊이 있는 비전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파이콘 한국 2025 의장인 미르님과의 인터뷰를 통해 다가올 파이콘 한국에 대한 기대와 준비 과정, 그리고 커뮤니티에 대한 애정을 자세히 들어보았습니다.

2025 PyCon Korea Weave

파이콘과의 인연: 참가자에서 준비위원, 그리고 의장까지


파이콘과의 첫 만남은 언제였나요? 어떻게 의장까지 오게 되셨는지 궁금합니다.

2022년 명동 마실에서 열린 파이콘이 제 첫 경험이었습니다. 코엑스 행사장을 본 적이 없어서 공간이 작다고 느끼지는 않았고, 오히려 복작복작한 분위기가 정말 좋았어요. 그때 ‘아, 이게 개발자 컨퍼런스구나’ 싶었죠. 행사장 곳곳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모습들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메인 공간에서는 사람들이 자유롭게 대화하고, 기업 부스에서는 채용 상담이나 이력서 작성법 같은 실용적인 이야기들이 오가고 있었어요. 한쪽에서는 누군가 코딩을 하고 있기도 했고요. 혼자 갔지만 자연스럽게 두 명의 새로운 인연을 만들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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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이콘 한국 2022 후원사 Mini 채용상담소. 라이브홀을 가득채울 만큼 사람들이 북적이기도 했습니다.

이듬해 2023년 파이콘에서 그분이 파준위(파이콘 한국 준비위원회)를 하고 계시더라고요. 어떻게 시작했는지 물어보니 행사 후 모집 공고를 보고 지원했다고 하시는 거예요. 그때 ‘나도 해볼 수 있지 않을까? 재밌을 것 같은데?’ 하는 생각이 들어 2023년 행사가 끝나고 파준위에 지원하게 되었습니다.


파이썬 커뮤니티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은 무엇인가요?

가장 인상 깊었던 건 스스로를 ‘개발자 컨퍼런스’라고 칭하지 않는다는 점이었어요. 일반적으로 컨퍼런스하면 해당 분야 종사자들이 모여 비즈니스적인 이야기를 나누는 곳이라는 선입견이 있잖아요. 하지만 파이콘은 전혀 그렇지 않았습니다.

정말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파이썬 이야기가 아니더라도 함께 대화하는 사람들이 많았어요. 고등학생부터 50대, 60대까지 다양한 연령층이 함께하고, 개발자가 아닌 구성원도 많다는 점이 새로웠습니다. 이런 포용적인 분위기가 파이콘만의 특별함인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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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이콘 한국 2024에서 ‘열린 점심’ 프로그램을 ‘등’으로 홍보하는 미르님

오랜만에 부활한 ‘의장’의 역할


의장의 구체적인 역할은 무엇인가요?

의장의 역할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권한이 없는 디렉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일동 웃음) 올해 행사가 어떤 느낌으로 만들어지면 좋을지, 참가자들이 어떤 경험을 했으면 좋겠는지에 대한 아이디어를 제일 먼저 제시하는 사람이에요. 그리고 파준위 전체를 지원하며 이곳저곳 돌아다니며 전반적인 도움을 주는 역할을 합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누구도 결정을 내리지 못할 때 결정을 내리고, 의견 차이가 있을 때 중재해주는 것입니다. 흥미롭게도 의장 후보자 세 명 모두 자발적 지원이 아닌 ‘타천’(다른 사람의 추천)이었어요. 저는 ‘해보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에 사퇴하지 않았고, 잘하지 못하더라도 노력하면 다들 이해해줄 거라 생각했거든요.


의장으로서 겪는 어려움은 없나요?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직책’에서 오는 고민과 성장통이 가장 큰 어려움입니다. 현재 파준위에서 활동하는 사람들 중 의장을 기억하는 사람이 거의 없고, 저 역시 다른 곳에서도 의장 경험이 없어 모든 것이 처음이에요. “이거 이렇게 하는 게 맞을까?” 하는 고민이 끊이지 않습니다.

특히 ‘의장’이라는 타이틀 자체에서 오는 오해를 가장 염려하고 있어요. 단어의 어감이 주는 권위 때문에 제 의견이 ‘의장이 하는 말’처럼 들려 의사소통에 어려움이 생길까 걱정됩니다. 오히려 권한이 없다는 것을 더 피력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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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이트닝토크를 앞두고 승리의 v를 내보이는 파이콘 한국 2025 의자…아니, 의장 미르님 😊

파이콘 한국 2025의 새로운 비전: “파이썬으로 세상을 엮다”


올해 슬로건 “Weave with Python”, 즉 “파이썬으로 세상을 엮다”에는 어떤 의미가 담겨 있나요?

이 슬로건은 파준위의 영은님이 제안해주셨는데, 파이썬이 다양한 아이디어와 가능성뿐만 아니라 사람, 기술, 정보들을 엮을 수 있음을 강조하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또한 올해가 11번째 파이콘이라는 점에 착안하여, 숫자 ‘11’의 ‘선’ 이미지와 ‘실을 엮는’ 이미지를 함께 표현했다고 해요. 파준위와 대화 중에 ‘weave’가 천을 ‘짜다’는 뜻이고 ‘짜다’가 코드(code)의 다른 표현이라는 해석을 들었는데, 정말 소름 돋더라고요.

파이콘이 다양한 사람들이 모이는 행사인 만큼, 각기 다른 사람들이 ‘엮는다’는 의미를 다르게 떠올릴 수 있다는 점이 파이콘이 추구하는 방향과 잘 어울리는 좋은 그림이라고 생각합니다.

새로운 장소, ‘학교’에서의 파이콘: 새로운 시작과 도전


올해 파이콘이 대형 컨벤션 센터가 아닌 대학교에서 열린다고 들었는데, 걱정은 없으신가요?

솔직히 걱정은 있습니다. 코엑스에서 컨벤션 센터로, 컨벤션 센터에서 학교로 옮겨오면서 행사 규모가 조금씩 줄어왔거든요. 다른 컨퍼런스들도 전반적으로 축소되는 느낌이라 우리도 이를 피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어요. 하지만 저는 올해 슬로건과 대학교라는 장소가 매우 잘 어울린다고 생각합니다. ‘학교’가 파이썬으로 세상을 엮는 시작 지점 중 하나거든요. 학교에서 시작하여 사회로 나아가고, 다시 파이썬 커뮤니티에 기여하는 흐름을 담고 있어요.

2025년은 파이콘의 새로운 시작을 시도하는 해가 될 것 같습니다. 현재의 파준위가 영원히 활동할 수 없기에, 미래를 이끌어갈 새로운 인재를 키워나간다는 관점에서 올해의 변화는 새로운 도전이라고 보고 있어요.


새로운 장소에 맞춘 특별한 준비가 있나요?

올해는 ‘학교 느낌’이 나게 ‘특별한’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특히 학교 축제 같은 느낌을 낼 수 있도록 준비 중이에요. 참가자들이 학창 시절을 추억하며 행사를 즐길 수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으로 말이죠.

2025 PyCon Korea Weave

▲ 파이콘 한국 2022의 OX퀴즈 프로그램. 축제 느낌 나는 파이콘 한국을 기대해 주세요!

파이콘의 미래상: ‘놀이터’가 되기를


개인적으로 파이콘이 나아가야 할 방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사람들이 궁극적으로 원하는 건 취업이라고 생각해요. 현재 회사에서 파이썬에 대한 흥미가 예전보다 떨어지고 있는 것 같고, AI로 인해 사람과 대화하지 않고도 답을 얻는 경향도 영향을 미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사람만이 줄 수 있는 해답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파이콘이 ‘놀이터’가 되면 사람들이 계속 오지 않을까 해요. 어렸을 때 스마트폰이 없던 시절 놀이터에 가면 항상 친구가 있었던 것처럼, 파이콘에 오면 언제든 친구가 있고 함께 노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공간이 되기를 바랍니다.

예전에 파이콘에 ‘노는 재미’가 있었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같이 노는 재미를 만들어보자”는 마음으로 준비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참가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저는 “부모님의 마음”으로 행사를 준비하고 있어요. 좋은 것만 보여주고, 좋은 것만 들려주고 싶은 마음으로요. 파이콘은 항상 즐겁게 맞이할 준비가 되어 있으니 참가자들은 와서 즐기기만 하면 됩니다.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함께 즐기기 위해 준비하고 있으니, 파이콘을 기억하고 생각날 때 한 번씩 찾아달라고 요청하고 싶어요. 그리고 유쾌하게 “각자 주변에 두 명씩 데리고 와달라”는 부탁도 덧붙이고 싶습니다. (웃음)

2025 PyCon Korea Weave

▲ 다함께 열심히 준비 중인 2025 파이콘 많이 놀러와 주세요!

2025년 파이콘 한국은 ‘파이썬으로 세상을 엮다’는 슬로건 아래, 대학교라는 새로운 장소에서 ‘학교 축제’ 같은 즐거움을 선사하고, 커뮤니티가 모두 함께 ‘노는 재미’를 만들어가는 ‘놀이터’가 되기를 꿈꾸고 있습니다. 새로운 의장과 함께하는 2025 파이콘 한국이 어떤 모습으로 다가올지 기대됩니다.